한일 양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두 젊은 작가. 최근 두번째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낸 99년 현대문학상 수상자 김영하(31)와 두번째 장편 「달」의 한국출간을 기념해 지난 7일 방한한 99년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히라노 게이치로(24). 두 사람을 각각 다른 장소에서 만났으나 동일한 질문을 던져 인터뷰했다. 그 답은 한일 젊은 문인의 닮고 다른 현 좌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히라노의 첫 소설 ‘일식’은 중세 프랑스가 무대고 김영하의 소설에도 자주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외국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해외여행경험이 중요한 모티브인가?
▽김〓90년 이래 유럽 터키 등을 일곱차례 여행했다. 한국어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만 비로소 사색의 여유를 가질수있기때문에 자주 떠난다.
▽히〓내 책이 번역된 나라에 인사간 것을 제외하면 중학교 때 가족여행으로 미국 하와이, 대학때 프랑스에 간 것이 전부다. 그러나 라신 몰리에르 보들리에르 등 프랑스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왜 소설가가 되었나? 소설가를 그만둔다면 하고 싶은 일은?
▽김〓소설가로서의 자유스러움이 좋다. 소설가를 그만둔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같은 잡지의 자유기고자가 돼 세상을 떠돌고 싶다.
▽히〓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소설가 이외의 다른 직업은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기간 동안 만화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상품이나 인접예술로부터 받은 영향은?
▽김〓또래에 비해 대중문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내 유년의 정신을 지배한 것은 빨강색 장정의 계몽사판 아동문학전집이다. 그림보기를 좋아한다.
▽히〓대학시절 록밴드를 했다. 성장기 내내 회화와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쇼팽과바흐에끊임없이애정을 기울이고 있고, 화가 중에는 살바도르 달리, 요즘은 들라크루아가 좋다.
―당신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김〓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소설집에서는 ‘20세기말에 도대체 소설이 뭔가, 이야기가 뭔가’를 자문자답하는데 집중된 것 같다.
▽히〓절대적이고 초월적인 것, 성스러운 것을 추구하고 싶다. 사람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힘은 어떤 ‘절대’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통한 절대 초월 낭만의 추구는 20세기 전위예술의 공통점이다.
―한국(일본)문학의 전통 중 계승하고 싶은 것, 혹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김〓서정적 문체를 높이 평가하는 태도를 혐오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소설의 현실 응전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히〓좋은 형태든 나쁜 형태든 일본어는 1000년이상 여러가지 양상의 변화와 함께 발달해왔다. 내 작품 속에서 그 전통을 계승하고 싶다. 단 신변잡기를 소설로 만드는 현대일본의 사(私)소설은 거부한다.
―한국(일본)의 당신 세대의 생각을 지배하는 키워드가 무엇인가?
▽김〓‘속도’다. 어디를 어떻게 빨리 도달하느냐만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또래들의 장래문제에 대한 생각도 급하기만 하다.
▽히〓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 나 또한 다른 젊은이들처럼 하나의 섬같은 존재라고만 말할 수 있다.
▨김영하와 작품▨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과지성사)에는 산업사회 질서 속에 왜소해지는 개인, 화려한 도시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10대 등의 모습이 담긴 9편의 중단편 수록.
△68년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졸 △95년 계간 ‘리뷰’에 단편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데뷔 △96년 첫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 ‘나는…’은 98년 프랑스에서 번역출간.
▨히라노 게이치로와 작품▨
장편 ‘달’의 무대는 1897년 일본 나라현 도츠카와의 한 산 속. 우울증 치료를 위해 유랑하던 스물다섯살의 시인 마사키가 뱀에 물려 정신을 잃는다. 시인은 승려에게 구조돼 암자에서 치료받던 중 이곳에 유폐된 아름다운 여인 다카코를 만나는데….
△75년 출생 △교토대 법대 졸업 △첫 장편 ‘일식’이 프랑스와 한국에서 번역출간됐고, 대만과 유럽 각국에서도 번역될 예정.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