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입 배경〓일본은 92년에도 1.6t 가량의 플루토늄을 반입했다. 전력공급원 가운데 원자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높아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70년부터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해 온 일본은 97년 12월 현재 54기의 원전을 운용, 원전 의존도가 36%에 이른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지난해까지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는 1만2900여t. 재처리를 거치면 연료로 다시 쓸 수 있으나 일본은 재처리시설이 없어 이 중 5600여t을 영국과 프랑스의 전문재처리 기관에 맡겼다. 70년대 후반에 이뤄진 계약에 따라 재처리가 끝난 원전연료가 최근들어 반입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93년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에 일본에서 1년간 발생하는 핵연료에 맞멎는 800t처리 용량의 재처리시설 공사에 들어갔다. 2003년경에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처리 계약에 따라 앞으로도 48t가량의 플루토늄이 반입될 전망이다.
▽MOX〓일본이 이번에 반입하는 혼합핵연료(MOX)는 두 곳의 원전 1기씩이 3년간 발전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MOX는 핵연료로 직접 쓰일 ‘분열 가능한 플루토늄’에다 플루토늄의 핵분열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분열하지 않는 우라늄’을 섞어 놓은 상태. MOX에 포함된 플루토늄 가운데 분열 가능한 성분의 순도는 70% 정도. 핵폭탄 제조시에는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이 사용되는 만큼 미국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MOX에서 핵폭탄을 제조해낼 능력을 갖춘 나라는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MOX는 92년 일본에 반입된 순수 플루토늄과는 달라 이번 핵연료수송을 핵확산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에 97년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보유중인 플루토늄의 총량은 68.9t이다. 이 중 20.1t은 핵발전에 사용하기 위한 연료형태며 나머지는 원전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양이다.
▽문제는 없나〓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장기간의 수송과정에서 해적이나 테러국가 등에 탈취당하거나 선박 사고가 날 경우 심각한 핵오염 우려가 있다며 수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대서양 카리브해 연안국들은 최단항로인 파나마운하를 경유하는 코스로 배가 지나가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항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같은 이유로 두 척의 수송선은 남아메리카 남단을 돌거나 아프리카와 호주 남단을 도는 우회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환경단체는 선박이 우리나라 근해를 통과하고 핵무기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이 일본으로 반입되는 데 대한 국민의 정서적인 거부감이 높다며 핵연료 수송에 반발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