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는 침침한 조명 아래 젊은이들이 미국산 코로나 맥주를 병째로 마시고 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부류도 있다. 서양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베이징(北京)사람들이 ‘산리툰(三里屯) 주바제(酒?街)’라고 부르는 거리다.
리다(李大·23)는 96년부터 ‘팜비치’라는 가게에서 일한다. 그는 “외국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배인은 “요즘 젊은이들은 외국인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산리툰에 이어 베이징 차오양(朝陽)공원과 하이디옌(海淀)구중앙민족대학 부근에도 새로운 ‘주바지예’ 거리가 생겼다.
개혁개방은 중국 젊은이들을 서구 대중문화에 노출시켰다. 이들은 맥도널드 햄버거와 켄터키 치킨에 익숙해 있다. 미국 페밀리 레스토랑 체인 TGI프라이데이즈나 하드록카페도 젊은이들로 붐빈다.
90년대 들어 위성안테나도 부쩍 늘었다. 서구 자유주의 사상의 유입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93년부터 안테나 설치에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이미 물꼬가 터진 뒤였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젊은이들도 서구 문화와 생활양식을 확산시켰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이미 400만명을 넘어섰다. 70년대 이후 ‘한 자녀 낳기 정책’ 아래서 태어난 ‘샤오황디(小皇帝·왕자나 공주처럼 자란 아이들)’세대가 펜티엄시대의 주역이다.
‘샤오황디’ 세대는 할리우드 영화와 팝음악에 재미를 붙였다. 각종 할리우드 영화들이 VCD(비디오 콤팩트 디스크)로 나와 베이징 시내 도처에서 팔린다. 복제 VCD는 15위안(元·약 2000원)이면 살 수 있다.
서구화의 물결은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다. 머라이어 캐리 풍의 노래를 부르는 리민(李珉)도 우상의 한 사람이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왕르칭’ ‘디다디’ 등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부르는 그녀는 단번에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가 미국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것도 동경의 대상이다.
‘배드보이’ ‘팅하이(廳海)’를 히트한 대만 여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얻은 인기가 대륙으로 연결된 경우. 8월에 열리는 그녀의 순회공연에는 수십만명이 몰릴 전망이다. 베이징에서는 6만명을 수용하는 노동자 체육관, 상하이(上海)에서는 8만명이 입장하는 상하이 체육관이 공연장이다.
지난해 TV연속극 ‘환주(還珠)공주’로 중국 홍콩 대만의 안방을 강타한 자오웨이(趙薇). 드라마 속의 이름 ‘샤오옌쯔’(小燕子)로 더 유명한 그녀는 사극의 여주인공이었으나 자유분방한 캐릭터와 눈이 큰 서구적 얼굴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징영화학원 3학년생. 7월 중순 상하이에서 열린 그녀의 책 사인회에는 새벽 5시부터 인파가 몰렸다. 상하이 신문은 그녀의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