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국가의 자화상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국기 국가 법안이 너무 쉽게 중의원을 통과했다. 이 정권의 이런 방식은 너무 거친 붓놀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히노마루 기미가요를 법제화할 의사는 없다고 하고서 열흘도 지나지 않아 왜 번복했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이런 법안을 국회 회기 연장 후에 제출하고 자민 자유 공명당의 ‘자자공(自自公)’체제가 생긴 여세로 통과시킨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정치적 기회주의가 아닌가. 예전에 건국기념일법안을 통과시키는데 9년이 걸리고 야스쿠니(靖國)신사 법안을 결국 단념한 것은 시간을 두고 국민합의를 구했던 과거 보수체제의 대범함이었을 것이다. 이 정권의 성급함은 너무 위태하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인기가 있는데도 ‘자자공’체제에 대한 지지는 낮다는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아마도 ‘자자공’ 체제가 정치가나 정당의 중대한 변절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불신감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비록 히노마루 기미가요에 침략전쟁의 죄가 없다고 치더라도 고령자에게는 아직도 고난의 기억이 남아 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왜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하는가. 법제화를 해도 강제는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양질의 보수정치란 △목적과 수단의 균형 △국민의식의 성숙도에 대한 고려 △역사의 순항(順航)이라고 볼 수 있는 속도감각을 가져야 한다. 이번 국기 국가 법안의 입법과정에서는 그 중 어느 하나도 감지할 수 없다.
참의원에서는 좀더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 서두르지 말고 8월의 ‘종전일’(패전일)에 눈을 감고 잘 생각해 보면 어떤가. 가을 임시국회에서 결론을 내면 될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