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객기 한때 피랍…기장 흉기 찔려 사망

  • 입력 1999년 7월 23일 23시 37분


23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하네다(羽田)공항을 떠나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新千歲)공항으로 향하던 젠닛쿠(全日空·ANA)소속 061편 점보 여객기가 한때 공중납치됐다.

범인(28)은 승무원 등에게 기내에서 붙잡혔으며 나가시마 나오유키(長島直之·51)기장은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승객 503명과 승무원 14명 등 모두 517명이 탑승한 비행기는 이륙 50분 가량 뒤에 하네다공항에 착륙했다.

범인은 비행기가 이륙한지 5분 뒤인 오전11시25분경 흉기로 승무원을 위협, 조종실에 들어간 다음 부조종사를 내쫓았다. 범인은 기장이 말에 듣지 않자 흉기로 목을 찌른 뒤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려했으나 기체가 갑자기 하강하며 추락 위험에 빠졌다. 이때 승객으로 타고 있던 ANA소속 다른 조종사와 승무원 등 3명이 조종실로 들어가 12시9분 범인을 붙잡고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기장은 과다출혈로 기내에서 숨졌다.

범인은 경찰에서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70년 요도호 납치사건 이후 이번까지 20건의 공중납치가 발생, 범인 3명이 자살한 적은 있으나 승객이나 승무원이 숨진 것은 처음이다.

일본사회는 범인이 공항 검색망을 뚫고 흉기를 항공기 안에 반입한 사실에 대해 “안전신화(神話)가 무너졌다”며 큰 충격을 나타냈다.

일본인들은 사건이 신속히 해결돼 안도하면서도 기장이 살해된 데 대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일본 운수성은 이날 오후 1시 반 하네다공항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공항에 대해 승객 수하물 검사 장치의 감도(感度)를 높이고 휴대하는 짐은 반드시 열어 보도록 긴급 지시했다.

NHK방송은 이날 저녁 뉴스에서 “97년에 발생한 오사카(大阪)발 ANA 항공기 납치사건 후 수하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고성능 X레이 감시장치 도입이 추진됐지만 하네다공항의 19개 검사대 중 5곳에만 이 장치가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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