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부치 취임1년]「식은 피자」서「일잘하는 총리」로

  • 입력 1999년 7월 29일 18시 38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30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범인(凡人)’ ‘식은 피자’ ‘3개월 정권’ 등의 비아냥 속에 출범했지만 지금의 성적표는 예상 밖으로 좋은 편이다.

불안했던 내정은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외교는 할 말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추락하던 경제도 부분적으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각 지지도는 40%(일부 기관 조사 50%)를 훌쩍 넘어섰다.

그는 ‘진공(眞空)총리’라는 새 별명도 얻었다. 이번에는 ‘뭐든지 소화하고 수용한다’는 좋은 뜻이다. 9월21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그가 재선되리라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돼있다.

▽국내정치〓1월 자유당과 연립한 뒤 최근 공명당까지 끌어들여 안정의석을 확보했다. 그 여세로 신(新)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법안 헌법조사회설치법안 통신도청법안 조직범죄대책법안 중앙성청(省廳)개혁법안 국기국가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패전후 논의조차 금기시돼온 법안들이다.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 정보수집위성도입 등으로 방위력증강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유사법제 정비에 착수할 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외교〓지난해 10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문제’를 매듭지었다. 지난해 11월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의 ‘과거사 사죄’요구로 벌어졌던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와는 2000년까지 평화조약을 맺기 위해 노력중이다. 미사일발사로 야기된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오부치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

▽경제〓지난해 10월 금융회생 관련법안을 통과시켜 일본장기신용은행 일본채권신용은행 등 부실은행을 일시 국유화했다. 1만3000엔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7월들어 1만8000엔대를 회복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前)분기보다 1.9% 늘었다. 문제는 2차대전후 최악이라는 4.6%의 실업률.

▽과제〓대북 국교정상화 교섭재개를 위한 여건조성, 공명당과의 연립에 반발하는 자유당 끌어안기, 증가일로의 재정적자 해소책, 소비세인상여부, 내년 4월 시작되는 개호(介護)보험의 성공여부가 주된 과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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