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손실 美40대 남자 총기난사 12명 사살

  • 입력 1999년 7월 30일 18시 44분


초단기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미국인이 가족과 증권사 직원 등 12명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인들은 불과 3개월전 학생 등 13명이 숨진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고교 총기사고에 이어 또다시 대형사건이 발생하자 큰 충격에 빠졌다.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주식투자자 마크 바튼(44)은 이날 오후 애틀랜타시 금융가 벅히드에 있는 ‘올 테크 투자그룹’ 사무실과 모멘텀 증권사에 차례로 들어가 권총 2정을 마구 쏴 각각 4명과 5명을 살해했다. 총기난사로 두 증권사에서 12명이 다쳤다.

벅히드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 됐던 유명한 지역이며 올테크와 모멘텀은 모두 초단기 증권투자로 유명한 회사들이다.

사건직후 도주한 바튼은 애틀랜타시 북서쪽 교외에서 경찰에 포위되자 자신의 차안에서 스스로 총을 쏴 자살했다. 경찰은 또 애틀랜타시 교외에 있는 바튼의 집에서최소한하루전에살해된부인과 전처 소생인 자녀 2명의 시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가족도 바튼이살해한것으로보고있다.

빌 캠벨 애틀랜타시장은 “생존한 직원들에 따르면 바튼이 올 테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갑자기 권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며 “회사직원들의 도발은 없었다”고 전했다. 캠벨시장은 “화학자였던 바튼은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삼았으며 투자손실로 인해 파산할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대변인도 “바튼이 손해를 본데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초단기 투자는 컴퓨터로 온라인 증권망에 접속한 뒤 투자자가 순간적 판단에 따라 증권을 매매하기 때문에 투자위험이 높다.

미국증권업계는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 중 약 4분의1 가량이 이같은 초단기투자이며 연말까지 초단기 투자자가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첨단주가 크게 하락하는 바람에 초단기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입은것으로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그동안 증시호황으로 아마추어 초단기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지 않았으나 4월부터 인터넷 관련주들이 침체를 보여 이번 사건이 발생한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바튼은 93년 발생한 첫번째 부인과 장모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이희성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

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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