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기업들은 워싱턴에서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뻗은 267번 유료도로 양쪽에서도 볼 수 있다. 워싱턴 서부와 버지니아주 동부를 가로지르는 포토맥강변에 있는 국방부(펜타곤)나 워싱턴 북쪽에 있는 국립보건원 주변도 마찬가지.
버지니아주 북부와 매릴랜드 남부 19개 시군을 포괄하는 메트로폴리탄 워싱턴 지역에 들어선 하이테크 기업수는 무려 3000여개. 이 지역 인구가 500여만명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첨단기업의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워싱턴 지역 곳곳에서 기업들이 들어설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는 광섬유를 깔기 위해 수시로 파헤쳐진다. 마치 80년대 한국의 부동산 붐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역사(役事)가 진행되고 있다.
이때문에 워싱턴 지역 다운타운에서 짙은 색 정장차림의 변호사와 공무원을 흔히 볼 수 있듯이 외곽지역에서는 샌들과 티셔츠 차림의 컴퓨터기술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11월9일자에서 메트로폴리탄 워싱턴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9개 첨단기술도시(테크 시티)중 하나로 꼽았다. 경제전문지 Inc.도 97년 워싱턴을 미국 어느 대도시 지역보다 빨리 성장하는 기업들의 본거지로 선정했으며 밀켄 연구소는 최근 워싱턴을 6번째규모의 첨단기술도시로 꼽았다.
워싱턴 지역의 위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야는 인터넷 교통량. 미국과 세계 각국을 오가는 인터넷 교통량의 절반 이상이 워싱턴 지역을 통과한다. 미국에서 9개의 대형 인터넷 접속서비스회사 중 AOL PSINet UUNet 등 5개회사가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인터넷의 수도’ 또는 ‘디지털 캐피털(디지털 수도)’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지역은 생명공학의 본산으로도 손색이 없다. 미국에서 두번째 큰 생명공학 산업단지를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지역의 발전은 연방정부의 소재지라는 장점 때문에 가능했다. 연방정부는 상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원천이면서 이 기술을 소비하는 최대의 고객이다.
인터넷이 대표적인 경우. 보안을 유지하면서 군사명령을 하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전문가들은 69년 인터넷의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85년 인터넷이 국가과학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상업화의 길이 열렸고 PSI가 89년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최초로 개설했다.
연간 2000억달러의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연방정부는 이중 11%인 220억달러를 워싱턴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이 지역 성장의 젖줄이 됐다. 성공한 기업들도 스스로 투자자가 돼 고부가가치 기술을 가진 기업가들에게 자본을 제공함으로써 워싱턴 지역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사이베일런스라는 인터넷회사는 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 텔리전트의 알렉스 맨들 회장,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회장 등이 만든 ‘자본투자 클럽’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광역워싱턴기획단은 워싱턴 지역에서 연간 900억달러의 부(富)가 창출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