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MBC, 벌써 다 베낀 것…日판권 괜히 구입?

  • 입력 1999년 8월 2일 18시 30분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일본 TV오락프로그램(후지TV)의 판권을 ‘정식으로’ 구입한 MBC ‘이브의 성’이 1일 첫방송됐다. 하지만 이 프로는 오히려 그간 방송3사가 얼마나 많은 일본프로를 참고하고 베껴왔는지를 입증한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남녀의 사랑을 테마로 ‘러브 트레인’ ‘거리愛서’ ‘사랑의 힘’ 등 세가지 코너로 구성됐지만 어느 것 하나 이색적이지 않았고 그간 보아왔던 오락프로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러브 트레인’. 한 남성이 평소 짝사랑하던 여성에게 ‘고백역(驛)’에서 출발하는 소형기차를 타고 “내 사랑을 받아줘”하면 여성은 남성이 탄 기차의 선로를 바꾸는 것으로 가부(可否)를 결정한다.

최근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서 방송중인 ‘청춘의 찜’과 유사한 형식. 소형 기차를 타고나오는 발상이나 남녀의 얼굴을 밑에서 아래로 번갈아 훑는 카메라워크도 그리 낯설지 않다.

한 미혼 남자연예인이 길거리에서 연인을 헌팅하는 ‘거리愛서’는 종전 ‘이경규가 간다’에 곧잘 등장하던 몰래카메라 기법을 절묘하게 응용했다. 첫회 출연자인 개그맨 겸 가수 박명수가 트레일러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할 때 트럭뚜껑을 여는 것도 MBC ‘칭찬합시다’에서 칭찬 선물을 전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MBC는 방송 전부터 “일본프로의 판권은 구입했지만 아이디어를 차용하는데 그쳤다”며 “구체적인 기법은 우리 식대로 했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식’은 기존 프로그램 기법의 ‘짜깁기’란 것일까.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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