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갖고 논 다음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아 매일 선생님께서 혼자 정리하셔.”(메리)
6월28일(월요일) 오전 9시. 5∼7세 286명의 원생들이 있는 영국 사우스요크셔주(州) 셰필드시(市) 윈코뱅크 프라이머리 스쿨(유치원과 초등학교저학년 과정). 6세반인 오렌지반 아이들 25명이 일주일 동안 지켜야 할 ‘행동목표’에 대해 토론했다. 30분 동안 ‘격론’ 끝에 도달한 주제는 ‘복도와 계단에서 절대로 뛰지 않는다’는 것. 이날 오전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넘어져 무릎을 다친 신디가 ‘큰 역할’을 했다.
◆함께 사는 세상◆
셰필드시 유치원들은 학기초 원생이 지켜야 할 ‘바람직한 행동원칙’을 정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이들 스스로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다음은 윈코뱅크 유아학교의 그린반 벽에 걸린 ‘99년 봄학기 행동원칙’.
①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손을 든다
②선생님이 말씀할 때는 집중해서 듣는다
③이동할 때는 조용히 줄을 선다
④서로 친절하게 대한다
⑤항상 최선을 다한다.
“21세기에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정직 질서 등 ‘사회적 덕목’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혼자 살 순 없잖아요.”(시교육청 유아교육담당관 수 호반·55)
영국 유치원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부터 1년간 신입생에게 ‘시민정신’을 집중적으로 심어준다. 도덕 시간은 없고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교사들은 오전 출석 확인시간, 오후 종례시간 등을 ‘시민정신 함양 시간’으로 활용한다. 또 행동원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을 모아 소풍을 가고 안 지키는 아이는 1시간마다 행동원칙을 상기시키는 ‘당근과 채찍’ 전략도 쓴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철저하게 ‘선착순’으로 올라가도록 가르친다. 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교사들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은 또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 자체와 그 아이의 행동을 구분하려고 애쓴다”고 강조한다.
◆위험을 통해 배운다◆
“따르릉∼”(교사 폴·34) “예, 수리점입니다.”(조지·5) “자전거 바퀴가 돌아가지 않는데요.”(폴) “갖고 오십시요.”(조지)
6월29일 오후 3∼5세 78명 원생이 있는 그레이스 오웬 너서리(유아원)의 역할놀이 시간.
전화 주문을 받은 ‘오늘의 수리공’ 조지는 장부(帳簿)에 연필로 ‘자전거 바퀴 고장’이라고 표현했다. ‘상형문자’에 가까웠다. 글을 쓸 줄 모르기 때문이다. 곧이어 조지는 교사로부터 자전거 한 대와 선금으로 1파운드 동전을 받았다.
“쿵꽝, 쿵꽝∼”. 망치로 바퀴를 때리고 드라이버 스패너 펜치 등으로 나사를 풀어 자전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1시간 뒤 테드(5)가 합류했다. 둘은 노트에 바퀴를 그려놓고 ‘나름대로’ 문제(고장)의 해결책(수리)을 짜냈다.
“‘일꾼 프로젝트’입니다. 주문받고 계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듣기 △말하기 △쓰기 △생각하기 등 모든 부분의 교육이 이뤄집니다. 특히 그림에 가깝지만 ‘최초의 문자’(유아문자)를 장부에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폴)
오랫동안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도 길러진다는 게 폴의 부연설명.
“쾅, 쾅∼”. 옆 공작실에서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데이비드(4)가 작은 나무토막을 큰 나무판에 올려 놓고 못질하고 있었다. 어른이 사용하는 쇠망치에 쇠못이었다. 망치로 못머리 대신 나무판을 때리는 등 자주 헛쳤다.
“아이들은 이보다 더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게 해 ‘큰 안전’을 추구하게 하는 겁니다. ‘위험’을 통해 ‘위험’을 배우는 셈입니다. 물론 어떻게 하면 다치는지 사전에 충분히 설명합니다.”교장 메리 존스(58)의 설명이다.
(이번 취재에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교수가 동행,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셰필드(영국)〓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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