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잃어버린 시장’ 동남아로 다시 향하고 있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추락하면서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동남아 지역에 올들어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80년대 이후 거세게 일었던 ‘동남아 바람’이 재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죽었던 전략적 시장’의 부활〓동남아는 80년대 이후 우리의 전략적 시장.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 수출이 고전하면서 우리기업들은 이 지역에 전력투구하다시피 했다. 수출의 경우 총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년대초 30% 수준에서 97년에는 50%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97년 동남아에 몰아닥친 경제위기로 전략적 시장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수출은 작년에 26%나 감소했다. 신규 투자도 거의 끊겼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시장이 올들어 급속히 살아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6.9%의 성장을 보였던 이 지역 국가들은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하반기 이후에는 1∼2%의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남아 노선 다시 붐빈다〓시장이 살아나면서 당연히 한국기업들의 동남아행도 다시 늘고 있다. 투자와 수출 등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거나 곧 재개할 채비에 바쁘다.
현대 삼성 대우 등 종합상사들은 철수시켰던 주재원을 복귀시키고 축소한 조직을 서둘러 재건하고 있다. ㈜쌍용 관계자는 “동남아국가들이 사회간접자본 구축을 위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면서 “하반기에 이 분야의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보류했던 인도네시아 국민차 공장을 재추진할 움직임이다. 건설업체들도 동남아를 다시 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20∼30% 감축했던 동남아 지역 인력과 지점을 조만간 복원할 방침. 90년대 들어 매년 평균 10억달러 이상 수주하다 작년 “완전히 공쳤다”는 현대측은 관공서발주 사업 등 공사정보 수집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한일전 예고〓동남아는 일본과 경합이 특히 치열한 지역. 일본의 대형상사들은 이미 현지 사업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중단했던 공단분양을 최근 재개했다. 도멘은 200억엔을 투자해 석유화학 플랜트를 3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남아를 무대로 한 또 하나의 한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