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올 11월 아시아를 순방한다. 도중에 홍콩도 방문하려 했다. 포르투갈은 마카오 주권을 중국에 되돌려주는 12월19일의 반환기념식에 교황을 초청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은 교황의 홍콩 방문과 마카오 반환기념식 참석을 거부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터넷판이 10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 97%가 가톨릭신자인 포르투갈은 역사적인 마카오 반환식에 교황을 초청하려 했지만 중국이 난색을 표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9일 “현상황에서 교황의 홍콩 방문은 적절치 못하다”며 교황의 홍콩 방문을 거부했다.
교황은 지난해 5월 아시아지역 주교회의에서 필리핀 인도 홍콩 등지를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청난 잠재 신도를 가진 중국을 방문하는 일은 역대 교황의 희망이었다. 지금까지 중국을 정식으로 방문한 교황은 한 사람도 없었다. 교황 바오로 6세가 70년 필리핀 방문길에 홍콩에 3시간 체류했으나 당시는 홍콩이 영국령이었다. 이번에 중국이 교황의 방문을 막은 가장 큰 이유는 바티칸 교황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특히 지난달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양국론’ 발언 이후 양안(兩岸)관계가 악화된 시점이기에 중국의 자세도 더욱 경직된 듯하다.
동유럽권의 붕괴를 가져오는 데 상징적 역할을 했던 교황의 방문이 중국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최근 중국당국은 파룬궁(法輪功)의 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교황방문이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을 자극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이 신문 인터넷판은 전했다.
중국의 교황방문 거부에 따라 중국과 바티칸 관계는 다시 소원해질 전망이다. 57년 중국이 임명한 주교를 바티칸이 부인하고 중국은 당의 통제를 받는 ‘천주교 애국회’만을 인정한 이후 양측의 관계는 크게 냉각됐다. 그러나 교황청은 90년대 들어 대만 주재 바티칸 대표를 대사에서 대리대사로 낮추는 등 중국에 대한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여왔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