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두는 86년 반독재 봉기가 터지자 대통령궁에서 도망쳐 나와 망명길에 오르며 이멜다가 남기고 간 3000켤레의 구두중 일부. 당시 대통령궁에 진입한 필리핀 민중은 금으로 장식된 구두와 배터리를 장치해 춤을 추면 빛을 내뿜는 구두 등을 보며 독재자의 사치스러웠던 생활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전시될 구두에는 금장식이나 모조다이아몬드 단추가 달린 것이 포함된다. 하지만 배터리로 작동돼 빛을 내뿜어 항간의 화제가 됐던 구두는 제외됐다.
민중봉기후 집권한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은 이멜다의 사치스러웠던 생활에 대한 증거로 1200켤레의 구두를 대통령궁에 전시했다. 마르코스부부와 가까웠던 피델 라모스는 92년 대통령에 오른 뒤 구두를 지하창고로 옮겨 보관해왔다. 하지만 영화배우출신의 대중정치인인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다시 구두전시를 허락한 것.
미국 망명시절에도 수 천 켤레의 구두를 갖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던 이멜다. 독재의 핍박도 곧 잊혀지는 것일까. 이멜다는 5월 ‘올해의 어머니상’을 받고 지금 마닐라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