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땅 남극은 거대한 「자연실험실」

  • 입력 1999년 8월 20일 19시 44분


최저 영하 89.6도 까지 수은주가 내려가는 ‘영원한 겨울’의 땅 남극(南極). 영하 40도 이하의 추운 날에는 끓는 물을 공중에 뿌리면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흡사 왕관현상처럼 물이 하늘에서 순간적으로 얼어 땅에 떨어진다.

남극은 거대한 천연의 실험실이자 지구 태고의 비밀이 감춰진 땅이다. 항상 꽁꽁 얼어있는 겹겹의 만년빙(萬年氷)에는 수십만년전부터 각 시대의 공기와 먼지가 차곡차곡 갇혀있다. 따라서 세계 과학자들은 얼음을 파내려가며 공기와 먼지 등을 채취해 지구의 대기변천과정을 밝혀내기도 했다.

▽얼음의 나라〓남극의 얼음은 평균 두께가 무려 2160m에 달한다.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얼음중 90% 가량이 남극에 몰려있다. 만약 남극의 얼음이 녹는다면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의 고도가 적어도 60∼70m 가량 상승해 거의 대부분 대륙의 해안지역과 평야지대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게 다행.

남극 대륙의 크기는 1360만㎢. 그중 98%가 얼음으로 이뤄져있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이렇게 얼음이 많을까. 그렇진 않다. 남극 안쪽의 고원지대는 일년 강수량이 겨우 30∼50㎜로 사하라사막보다도 더 건조한 곳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하얀 사막’. 남극에는 사막이란 표현이 어울리듯 신기루 오로라와 태양 주변이 볼록렌즈처럼 보이는 환일 등의 아름다운 자연현상을 볼 수 있다.

▽거대한 자연실험실〓남극에는 우리나라의 세종기지를 비롯해 12개국에서 세운 60여개의 과학기지가 건설돼 있다. 해마다 4000여명의 세계 과학자들이 남극을 찾아 다양한 과학연구에 나선다. 사람의 자연파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남극에서 생물 바다 대기 지질 등의 연구를 통해 지구 태고의 신비를 밝히자는 것이다. 특히 남극에선 죽은 생물조차 거의 부패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 55년 라이핸이란 탐험가는 그보다 50년전 남극탐험대가 버리고 간 빵을 그대로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남극은 지구의 환경변화에 민감한 곳이다. 그중 오존층 파괴 연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 또 지구의 맨 아래쪽이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장거리통신연구나 천문학 연구도 활발하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몇몇 나라에서는 빙산을 자기 나라로 끌고가 식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또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3만5000년전에 폭발한 초신성의 증거를 남극 얼음 속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세종기지(인터넷 sejong.kordi.re.kr)도 88년 2월 준공된 이래 국내 과학자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과학연구를 하고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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