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법원장 『大法院은 자살했다』 사퇴

  • 입력 1999년 8월 25일 19시 34분


남미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미하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개혁’을 내세워 권력을 강화하고 기존 국회와 별도의 제헌의회를 통해 국정 전반을 장악하려 하자 대법원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세실리아 소사 대법원장(여)은 24일 “대법원은 제헌의회에 굴복함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사퇴를 선언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소사 대법원장의 사퇴를 부른 것은 제헌의회의 ‘사법 비상사태’ 선포와 이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결정.

제헌의회는 부패한 판사를 해임하고 사법부를 개혁하는 광범한 권한을 제헌의회가 스스로 갖도록 하는 ‘사법 비상사태’를 19일 선포했다. 이에 따라 4700여명의 판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해임될 수도 있게 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이에 소사 대법원장은 24일 “법원은 암살 당하지 않기 위해 자살했지만 죽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똑같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소사는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사라졌다”며 “베네수엘라에는 이제 제헌의회만 남은 꼴”이라고 덧붙였다.

2월에 집권한 차베스대통령은 국가의 틀을 다시 만든다는 취지로 제헌의회를 구성했다. 지난달 25일 제헌의회 의원선거에서는 차베스가 이끄는 좌파애국여당연합(PPC)이 전체 131석중 121석을 차지했다.

차베스는 5일 첫 소집된 제헌의회에서 5년 단임인 대통령 임기를 6년 연임으로 바꾸고 제헌의회가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에 대해 탄핵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새 헌법안을 제시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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