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를 본 터키를 돕기 위한 민간차원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25일 터키돕기 성금으로 5000만원을 내놓은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미화 1만달러를,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대표 이시형·李時炯 삼성사회건강연구소 소장) 모임의 손광운(孫光雲)변호사가 1000만원을 기탁해왔다.
또 터키 대사관에는 시민들로부터 “터키를 돕고 싶다”며 성금기부 방법을 묻는 전화가 꼬리를 물고 있다.
국민 사이에 자발적으로 일고 있는 이같은 터키돕기운동은 일차적으로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터키에 대한 보은의 의미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단순히 빚을 갚는다는 보은의 차원을 넘어서 지구촌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고귀한 인류애의 실천이기도 하다. 동아일보가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터키돕기운동에 발벗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
키프로스문제로 터키와 거의 ‘원수’관계인 그리스조차 구호인력까지 급파하면서 대대적인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들이다.
터키돕기운동에 나선 사람들은 “터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조가 규모도 형편없고 성의도 없었다는보도를접하고개인적으로라도 돕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
손광운변호사는 터키의 천재지변을 계기로 국민적 지원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은혜를 갚는다는 차원도 있지만 이제 우리 국민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정도로 성숙한 것 같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24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는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 발기모임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터키에 대한 민간차원의 지원방안을 집중논의했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이웃사랑회(회장 이일하·李一夏)도 26일 터키지진참사 현장에 부상자 응급치료를 위해 긴급의료봉사단 1진을 파견키로 했다.
봉사단 단장 김윤(金潤)내과원장은 “지진참사가 발생한 이스탄불 근교의 이즈미트시에 3주간 머물며 부상자 발굴 및 응급치료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웃사랑회는 또 2차 의료봉사단을 모집, 내달 2일 파견할 계획이다.
터키대사관에도 시민들의 성금이나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편지 또는 격려전화가 밀려오고 있다.
6·25전쟁때 터키군과 함께 전투를 치른 오일수씨(경북 포항시 상대1동)는 “49년전 6·25전쟁에 참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터키인들에게 감사하며 터키 국민이 이번 지진으로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10만원의 성금을 보내 왔다.
이경석(李京石·60·서울 용산구 한남동)씨도 직접 터키대사관을 찾아 “6·25때 터키군인이 한국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직접 지켜봤기 때문에 터키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감회가 있다”며 성금 5만원을 전달하고 갔다.
강원 춘천시에 사는 초등학생 최중현 중희 형제도 성금 및 편지와 함께 양국 국기가 그려진 그림에 “우리는 친구 터키를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써서 보내와 대사관 직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터키대사관에는 2600명이 보낸 성금 1억7389만여원이 답지했다.
〈이병기·이완배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