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2월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당시 연방수사국(FBI) 윌리엄 세션즈 국장은 뉴욕타임스지 논설위원들과 만나기 위해 부인 앨리스와 함께 뉴욕을 방문했다.
남편이 볼일을 보는 동안 쇼핑을 한 앨리스는 남편과 합류하기 위해 FBI 운전사를 삐삐로 찾아 자신을 데리러 오도록 했다.
앨리스 혼자 관용차를 탄 거리는 불과 세 블록밖에 되지 않았지만 법무부 감찰실에 적발돼 큰 문제가 됐다.
세션즈 국장은 자신이 모르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다며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빌었지만 감찰실의 추가 조사결과 과거에도 앨리스가 관용차를 이용한 전력이 드러나는 바람에 해임됐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84년에는 윌리엄 스미스 법무장관이 부인에게 관용차를 이용하도록 허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미국이 공직자 부인의 관용차 사용을 금하는 것은 특권계층을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정서와 함께 국민 세금을 한푼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전통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 전장관은 사임하면서 부인이 관용차를 사용한 횟수만큼의 비용을 내놓았다. 83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캐스퍼 와인버거도 부인이 27번 관용차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경비를 국가에 지불했다.
클린턴대통령은 93년 세션즈 국장의 해임사건 이후 “최근 몇몇 고위공무원의 사례는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관용차 사용에 관한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클린턴은 이 지침에서 사실상 모든 백악관 직원과 행정부 소속 공무원에게 관용차 출퇴근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 직원 가운데는 국가안보상 24시간 대통령과 통신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비서실장 안보담당보좌관 안보담당비서관 등 3명에게만 관용차 출퇴근이 허용됐다.
미 상하의원 역시 하원의장과 원내총무급 외에는 관용차나 운전사가 딸리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원내총무급 의원들도 관용차와 운전사를 자진반납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