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과 간편한 쇼핑을 무기삼아 미국의 인터넷업체들은 한동안 월마트 K마트 반즈&노블스 등 기존 유통업체를 무섭게 밀어붙였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가 또한 폭발적인 상승세를 구가했다. 이들의 시장제패는 시간문제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탄탄한 브랜드와 자금력을 갖춘 기존 유통업체들이 속속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미 기존 유통업체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선발주자인 인터넷업체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스턴건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은 작년 한해동안 전자상거래시장의 62%를 차지했다. 책 비디오테이프 등 저가품 판매에서는 아마존.com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컴퓨터 등 고가품에서는 기존업체들이 75%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유통업체는 구매력이 커 영세한 규모의 전자상거래업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자금이 풍부해 대담한 투자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유통업체는 수십년간 마케팅부문에 자금을 쏟아부은 덕택에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쉽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월마트 등 유통업체는 광고를 할 때 한쪽 귀퉁이에 웹사이트 주소를 슬쩍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신규 인터넷업체처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이같은 이유 등을 근거로 “기존 유통업체들이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