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억만장자들…과감한 투자-한우물 사업 등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갑부들은 어떤 인물들일까.

미국 경제월간지 포브스의 일본어판 9월호는 커버스토리로 ‘일본의 억만장자’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일본 부자 1위는 세계 최대 소비자금융회사인 다케후지(武富士)의 다케이 야스오(武井保雄)회장으로 개인재산이 9360억엔(약 10조원)이나 된다.

다케이회장을 비롯해 일본의 10대 갑부 10명 중 3명이 소비자금융회사(일반인이 소비재를 구입할 때 돈을 빌려주는 비은행계 회사) 경영자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1000억엔 이상의 재산을 지닌 30여명 중 대부분이 일반인이 놀랄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 부호들의 경영스타일은 기업을 확장하는 ‘문어발식’이 아니라 단일업종을 중심으로 확장해나가는 ‘한 우물 파기 식’이 많다.

33년 전 사업을 시작한 다케이회장은 “경영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얼굴표정으로 그것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80년대 소비자금융의 영업방식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거셌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지만 그는 아침이면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고 뺨을 비벼 혈색을 좋게 한 다음 출근했다.

다케후지는 지난해 대출액 잔고가 1년 전보다 13%, 경상이익은 23% 늘었다. 올해 대출액 잔고는 14조4823억엔, 경상이익 1915억엔으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회사측은 낙관한다.

다케이회장은 수치에 밝지 못한 경영자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골프를 즐기는 그는 “생각과 전략이 필요한 골프가 진짜”라고 강조한다.

2위는 78년 전통의 주류제조업체 산토리의 사지 게이조(佐治敬三)회장. 그는 문화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사장에 취임한 61년 산토리 미술관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재단 문화재단을 잇따라 만들었다. 이 회사 도리이 신이치로(鳥井信一郎)사장은 그를 “태양처럼 강렬한 광채를 발하는 위대한 존재”라고 평가한다. 게이조회장은 90년 경영일선에서 은퇴했으나 여전히 ‘재계의 어른’으로 존경받는다.

3위는 한국계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소프트뱅크사장. 정보화시대의 만개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인이다. 올들어 새로운 인터넷 사업계획을 잇달아 내놓아 일본사회를 놀라게 했다. 야후를 비롯해 접속건수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인터넷 포털(관문)서비스 회사 중 3곳을 그가 장악하고 있다. 주가도 급등세여서 멀지 않아 1위가 되리란 예상이 많다.

4위인 세이부(西武)철도의 쓰쓰미 요시아키(堤義明)회장은 남들이 투자를 꺼릴 때 과감히 투자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프로야구 세이부구단을 갖고 있는 그는 올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100억엔을 들여 홈구장인 세이부구장을 대형 돔구장으로 개조했다. 이어 ‘괴물 신인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를 확보해 결국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리 도전하는 것이 경영자의 첫째 덕목”이라고 말한다.

5위는 세븐일레븐 등을 거느린 대형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의 이토 마사토시(伊藤雅俊)명예회장. 45년 2평짜리 가게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 5조엔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의 생활은 변함없이 검소하다. 거품경제로 일본열도가 들떴던 80년대 후반에도 그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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