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45만여명은 이날 오전 6시반∼오후4시 동티모르내 850개소, 해외 20개소 투표소에서 인도네시아 연방내 자치존속에 관한 찬반의사를 표시하게 된다.
자치반대 의견이 많으면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으로 나라를 잃은 75년 이후 24년만에 독립을 되찾게 된다.
투표결과는 9월 7일 경 딜리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동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투표 하루전날인 29일 동티모르 주도 딜리는 간간이 독립파의 시위가 있었을 뿐 평온한 편이었다.
독립파 지도자 팔루르 라테 라에크와 자치를 주장하는 아이타락 민병대 지도자 에우리코 구테레스는 이날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의 평화 중재안을 받아들여 선거 이후 무장투쟁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같은 선언이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선거가 끝난 뒤에도 양파간 무력충돌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유엔 관계자는 27일 밤 남서부 말리아나에서 독립파와 자치파가 충돌해 3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독립파측은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28일 딜리 남동부 베코라에서는 독립파 1명이 자치를 주장하는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에 살해됐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동티모르 선거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할 경우 양국관계가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28일 보도했다.〈딜리·자카르타〓강수진기자·외신종합연합〉sjkang@donga.com
[찬반세력 입장과 주역]
▼ 독립파
동티모르 독립운동의 기수 사나나 구스마오(52·사진)는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린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연금된 그는 동티모르가 독립할 경우 초대 대통령으로 유력한 인물. 구스마오는 인종과 종교, 언어가 다른 동티모르가 독립국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시인이었던 구스마오는 75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무력점령하자 가족을 호주로 보낸 뒤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79년 여러갈래의 독립운동조직을 통합해 지도자가 됐다. 인도네시아 군경은 산악지대를 이동하며 집요하게 무력투쟁을 전개한 그를 공적(公敵)1호로 지명했다. 13년간의 무력독립투쟁은 92년 산악지대에서 그가 체포되면서 끝났다.
93년 정부전복 혐의로 종신형이 확정됐다가 20년형으로 감형됐다. 올해 1월 감옥에서 나와 자카르타 시내의 한 특별감호소에 연금 중이다.인도네시아는 9월15일경 그를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은 그를 동티모르 분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자치파
독립을 반대하는 ‘자치파’는 13∼20개 조직에 대원 수천명을 거느린 민병대가 주축을 이룬다.인도네시아 점령기간을 통해 군과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지역별로 만들어졌다. 일부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부랑인 실업자 등이 가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아포데티파와 자치를 원하는 UDT파 등으로 갈려있다.
이들은 동티모르가 경제적으로 취약해 독립을 하는 것보다는 인도네시아 자치주로 남는 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20여년간의 부패와 인권유린을 없애는데도 유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셈은 현재처럼 인도네시아 연방내 자치국으로 남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동티모르자치를 위한 연합전선’의 티토 밥티스타 의장은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독립파와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독립파에 동조하는 주민을 무차별 학살해온 집단.
민병대 조직의 하나인 ‘아이타락’을 이끄는 에우리코 구테레스(27)는 주지사와 인도네시아군의 비호 속에 열린 집회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반역자를 처단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