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내전 올지도』 산속-해외로 대탈출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친인도네시아계 자치파 민병대의 난동이 격화되면서 인도네시아인과 외신취재진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오전 3시 주도(州都) 딜리 항구. 유엔직원 일부와 주민, 외신기자 300여명을 태운 배가 인도네시아 발리를 향해 떠났다.

전날 저녁 딜리 시내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 본부 건물 주변에서 민병대가 총을 쏘고 건물에 불을 지르며 난동을 벌여 2명(인도네시아 경찰은 1명이라고 밝힘)이 숨졌다. 이에 놀란 사람들이 급히 마련한 배였다. 발리까지는 배로 이틀이 걸린다. 서티모르나 슬라웨시섬으로 떠나는 배도 많았다. 해외로 떠나는 사람은 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었다.

딜리시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존 말라(50)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게 되면 무기를 민병대에 넘겨줄 것이란 소문이 있어 내전이 발생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과 달리 갈 곳이 없는 수천명의 동티모르 주민은 딜리 시내 등 민병대의 행패가 심한 지역을 벗어나 산 속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딜리공항에서 발리로 떠나는 비행기편은 16일 분까지 예약이 끝났다. 그래도 혹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하고 찾아온 이들로 공항은 붐볐다. 항공권 브로커도 있는 모양이다. 웃돈을 제시하며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티모르로 가는 육로는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다.

1일 밤 딜리시내 마코타 호텔에 민병대가 들이닥쳐 ‘사람을 찾는다’며 1시간 동안 층층마다 돌아다니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엔선거관리위원인 손봉숙(孫鳳淑)씨는 “유엔동티모르파견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주일치 비상식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동티모르 특사인 잠시드 마커는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위란토참모총장 등을 만나 동티모르내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위란토는 이날 “동티모르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경찰은 선거이후 최선을 다해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군은 “투표결과 독립으로 결정나면 인도네시아군만으로는 치안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2일 논평을 통해 폭력사태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또 유엔안보리는 1일 긴급회의를 갖고 동티모르내 치안을 맡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를 강력히 비난하고 폭력사태 재발을 막기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딜리〓강수진기자·외신종합〉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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