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알라타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잠시드 마커 유엔 동티모르 특사와 회담한 뒤 “군이 동티모르 질서 회복을 위해 경찰을 돕도록 명령받았다”고 말했다. 알라타스장관은 “위란토 군 총사령관이 이안 마틴 유엔 동티모르 파견단(UNAMET)단장에게 군이 딜리의 모든 UNAMET 건물과 요원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과 협력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물라디 인도네시아 법무장관도 이날 유엔 평화유지군의 배치와 관련해 “정부에서 공식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자치파 민병대의 난동은 주민투표 후 시간이 흐를수록 격화되고 있다. 2일 새벽 3시 동티모르 주도(州都) 딜리 항구에서는 유엔직원과 외국취재진 그리고 주민 등 300여명을 태운 배가 인도네시아 발리를 향해 떠났다. 전날 저녁 딜리 시내 UNAMET 본부 주변에서 민병대가 총을 쏘고 건물에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려 2명(인도네시아 경찰은 1명이라고 밝힘)이 숨지자 놀란 사람들이 급히 마련한 배였다.
동티모르를 황급히 떠나는 사람은 주로 인도네시아인들이다. 딜리시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존 말라(50)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게 되면 무기를 민병대에 넘겨줄 것이란 소문이 있어 내전이 발생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과 달리 갈 곳이 없는 수천명의 동티모르 주민은 딜리 시내 등 민병대의 행패가 심한 지역을 벗어나 산 속으로 피신하고 있다.
딜리공항에서 발리로 떠나는 비행기편은 16일까지 예약이 끝났다. 그래도 혹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하고 찾아온 이들로 공항은 북새통이다.
물라디 법무장관은 “투표 결과가 독립파 승리로 나타나면 탈출하는 주민이 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정부는 이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유엔선거관리위원인 손봉숙(孫鳳淑)씨는 “유엔파견단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주일치 비상식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2일 논평을 통해 폭력사태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유엔안보리도 1일 긴급회의를 갖고 동티모르 내 치안을 맡은 인도네시아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를 강력히 비난하고 폭력사태 재발을 막기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딜리〓강수진기자·워싱턴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