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의 에르투룰 오즈퀘크(52)사장 겸 편집국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지진이 터키사회와 정치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즈퀘크사장은 또 “동아일보가 한국의 터키 지원을 주도하는 등 양국 관계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두 신문사가 양국간 가교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터키는 특별히 지진 다발지역인 것 같은데….
“크고작은 지진이 몇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지진은 주로 동남부 목초지나 산간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터키 지도층은 지진 문제를 사실상 ‘남의 일’로 생각해 왔다. 경제 중심지 이스탄불 근처에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모든 면에 정부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가.
“최근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사면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회는 최근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무분별한 사면을 남발할 수 있는 사면법을 통과시켰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이에 대해 거부권행사 의사가 없다던 대통령이 지진 후 무릎을 꿇었다. 대통령도 국민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컸는데.
“우리도 놀랐다. 터키에는 시민단체의 힘이 미약했다. 자원봉사 개념도 거의 없었다. 종교나 군부에 기반을 둔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시민단체 결성과 독자적 단체행동에 반대해 온 탓이다. 그들은 시민단체가 성장할 경우 중도파나 좌파세력이 등장할 것으로 우려했다.”
―자원봉사 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나.
“지난해 아다나 지진 때 자원봉사단체가 처음 등장했다. 그때 정부는 의식적으로 이 단체와 거리를 두려했고, 각료중에 자원봉사활동을 무시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총리와 대통령이 이 단체의 모자를 쓰고 거리로 나섰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사회의 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지진 피해를 크게 만든 악덕 건축업자에 대한 처벌문제는….
“33명의 건축업자 공무원 건물주 등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피해복구가 본궤도에 오르면 공직자 부패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이스탄불(터키)〓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