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티모르 이르면 내년 분리"…투표자 78% "독립찬성"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만세 독립이다' 주민들 환호
'만세 독립이다' 주민들 환호
동티모르의 독립여부를 물은 지난달 30일의 주민투표에서 투표참가자의 78.5%(34만4580명)가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투표결과는 4일 유엔본부와 동티모르 주도(州都) 딜리에서 동시에 발표됐다.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수도 자카르타에서 성명을 통해 “동티모르 주민들의 투표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수백년에 걸친 포르투갈 식민지배와 24년간의 인도네시아 강점통치에서 벗어나 독립국가로 새출발하게 됐다. 그러나 동티모르는 독립지지세력과 독립반대세력 사이의 갈등을 치유하고 경제적 자립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과제를 안고 있다.

동티모르 독립절차는 11월에 시작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의회인 국민협의회(MPR)는 11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동티모르 독립을 공식 승인한다. 하비비 대통령은 “빠르면 2000년 1월1일 동티모르는 독립할(분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해도 한동안 유엔의 관리를 받는다. 유엔은 임시 행정부를 운영해 동티모르가 자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따를 전망이다. 투표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친(親)인도네시아계 무장 민병대는 벌써부터 보복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친인도네시아 세력은 인도네시아 연방에 잔류하기 위해 동티모르로부터의 분리투쟁을 벌일지도 모른다. 친인도네시아계에 대한 독립파 주민의 보복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동티모르는 또 다시 내전에 휩싸일 것이다.

무력충돌이 진정된다 해도 주민 통합은 여전히 큰 숙제다. 주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둘로 갈려 싸워왔다. 다만 주민의 90% 이상이 신봉하는 가톨릭이 주민을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티모르의 취약한 경제기반도 앞날에 대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그동안 동티모르경제는인도네시아의 보조에 크게 의존했다. 이것이 사라지면 동티모르 경제는 훨씬 휘청거릴 것이다. 동티모르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에 상당기간 기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동티모르에는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등 정치적 구심점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서 가택연금돼온 구스마오를 8일 석방해 유엔 동티모르 파견단(UNAMET)에 인도하기로 4일 결정했다.

〈딜리·자카르타〓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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