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티모르 안팎]독립반대파 민병대 방화-도로차단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동티모르 주민투표 결과 독립찬성이 78.5%나 되는 것으로 4일 발표되자 독립반대파 민병대 유 동티모르 파견단(UNAMET) 직원들을 쫓아내고 일부 마을을 장악하는 등 폭력사태가 재현됐다.

…독립반대파 민병대원들은 4일 리퀴차 알레우 사메 아이나로 말리아나 등 5개 마을에서 유엔직원들을 축출. 동티모르 주도 딜리에서도 민병대원들은 도로 곳곳을 차단했으며 독립파 주민들이 거주하는 외곽 베코라지역에서는 민가에 방화. 일부지역에서는 5일에도 총성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독립 찬성파 주민들은 투표승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상가에서 철수하고 외출을 자제. 주민들은 항공기 여객선 화물선 등을 이용해 섬 밖으로 탈출하거나 경찰서 교회 군부대 등으로 대피. 그 결과 딜리는 투표결과 발표 후에 오히려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UNAMET도 4개 도시에서 120명의 직원을 앞당겨 철수시켰고 각국 취재진도 속속 귀국길에 올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일 투표결과를 발표하면서 “동티모르가 독립을 향한 질서있고 평화적인 과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투표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면서도 “계속되는 폭력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중동을 순방 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동티모르의 관할권이 유엔에 넘겨지기까지는 인도네시아가 치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강조.

○ …민병대 지도자 유리코 구테레스는 이날 딜리시 코모로 공항을 떠나 발리섬으로 가면서 투표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발언.

그러나 그는 “자치안을 지지했던 나머지 21%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조만간 동티모르로 돌아와 게릴라 투쟁을 통해 우리의 뜻을 계속 알리겠다”고 다짐.

○ …당초 6일경 투표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던 UNAMET가 발표를 앞당긴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 때문. 인도네시아 정부는 6일까지 발생할 소요사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유엔을 설득.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투표결과가 발표된 직후 ‘투표결과 수용’의 성명발표를 녹화했으나 TV방영은 2시간 가량 늦어져 정부 내에서 약간의 진통이 있었음을 암시.

〈딜리·자카르타〓강수진기자·외신종합연합〉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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