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코프 러 前총리 내년 대선 출마 시사

  • 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70) 전 러시아 총리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임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프리마코프는 5일 러시아 민영 NTV에 출연해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그의 신중한 언행을 감안하면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발언이다.

프리마코프가 욕심을 부릴만도 하다. 5월 총리에서 전격 해임된 후에도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강력한 라이벌인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시장과 손을 잡고 ‘조국―모든 러시아’당을 창당했다. 프리마코프는 12월 총선에서 당의 간판인 비례대표 1번 후보로 대중정치 무대에 뛰어들 예정.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다른 당을 압도하는 ‘조국―모든 러시아’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프리마코프의 크렘린궁 입성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물론 ‘크렘린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우선 후보자리를 놓고 루슈코프와 대결해야 한다. 프리마코프가 최근 부통령제 신설, 권력분점 등을 주장한 것은 루슈코프를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프리마코프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보다도 두살이 많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프리마코프는 7월 스위스에서 다리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리마코프는 이날 방송에서 “건강이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악명높은 구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라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초라해진 러시아의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유권자들이 서방과 당당히 맞서온 그의 경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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