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철수땐 학살』 東티모르 주민들 배신감

  • 입력 1999년 9월 9일 01시 06분


“우린 어떻게 됩니까.”

동티모르 딜리 시내의 유엔동티모르파견단(UNAMET)이 9일 철수하게 됨에 따라 UNAMET 건물 내에 피신해 있던 2000여명의 동티모르 주민은 민병대의 흉포한 손에 놓이게 됐다.

동티모르의 독립지도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타는 8일 미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철수와 동시에 대학살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곳에 남아 취재를 하고 있는 네덜란드 여기자 이레네 슬렉트는 7일 영국 BBC방송에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건물 주변을 민병대가 포위함에 따라 8일 현재 닷새째 건물에 갇혀 있어 물과 식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 실낱같은 희망은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이었다. 하지만 유엔직원만 철수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렸다. 동티모르인들은 유엔의 무책임한 태도에 배신감을 드러냈다.

유엔은 투표 뒤 민병대 보복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무시해왔기에 이같은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유엔의 말을 믿고 투표에 참가, 독립을 지지한 동티모르인들만 희생을 당하게 된 것이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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