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벌처펀드 "바이 코리아"…한국 부실채권 '입질'활발

  • 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한국의 부실자산을 잡아라.”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시중에 부실 자산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이를 매입하려는 외국 벌처펀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벌처펀드는 부실 자산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다음 비싼 값에 되파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 죽은 동물을 먹고 사는 ‘하이에나’로 비유되는 이들 벌처펀드는 회수 가능성 높은 ‘우량 부실채권’을 잡으려고 활발하게 ‘입질’을 하고 있다.

기업 고객을 많이 갖고 있는 한 컨설팅 업체 대표는 “최근 한달동안 외국 벌처펀드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면서 “괜찮은 부실채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 등 유명 법무법인과 회계컨설팅 업체들에도 이같은 매물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벌처펀드들에는 GE캐피털 등 대형 업체를 비롯, 미국 유럽의 중소 펀드까지 망라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로펌 관계자는 “이들 사이에선 ‘지금 한국에서 돈 못벌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대우그룹 주거래 은행인 제일은행 등 은행권이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은행이 성업공사에 넘기는 가격 이상을 제시해 은행권을 솔깃하게 하고 있다. 대개 성업공사가 담보있는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가격은 정상가격의 45% 정도. 담보가 없는 부실채권은 채권장부 가격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벌처펀드측에서는 이보다 5%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현금을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대신 철저하게 회수전망을 분석해 가능성이 있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벌처펀드들의 한국진출 러시는 무엇보다 이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고 있기 때문. 한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부실채권도 정상화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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