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서 16대째 나무가꾸기를 전문으로 해온 가문의 대표(올해 71세)가 정원수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현대문명에 대해 비판을 가한 책이다. 지난해 4월 간행된 베스트셀러로 친구가 꼭 읽어보라며 보내줘 접하게 됐다. 3년 전에 나온 필자의 책, ‘南(후진국을 뜻함)의 발견과 자립’을 좋게 평가해 그 후로 항상 격려해주는 친구가 참으로 좋은 책을 선물해 주었다.
필자는 평소 나무 자체가 인간의 스승이라고 믿어왔다. 이 책은 벚나무를 중심으로 나무를 키우는 전문가 처지에서 이 명제가 올바르다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나무를 그저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집안 식구처럼 애정을 갖고 살피며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 빨리 꽃을 피우고 싶은 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이다. 벚나무는 씨앗에서 자라나 20년이 지나서야 꽃을 피우게 된다. 인간의 성장과 무척 닮았다.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가지가 뻗어있는 범위까지 퍼져있어 거름을 줄 때에도 나무 둥치에만 줄 것이 아니라 뿌리 끝까지 넓게 줘야 한다. 만일 새가 오지 않는다면 이 나무는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한 것이다. 옛날에는 볏짚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비닐이나 테이프를 쓰다보니 흙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농사짓는 법을 매우 단순화시킨 ‘매뉴얼 북’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절대 매뉴얼이 통하지 않는다. 자연을 늘상 대하는 나무가꾸기의 전문가는 몸으로, 피부로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항상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늘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실무(實務)’, 곧 진정한 뜻에서 일하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실무’가 사라졌다. 전문가 사회가 붕괴된 탓이다.
이상 한정된 지면에서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18세기 동아시아에 꽃피웠던 ‘실심실학(實心實學)’의 사상을 현대에 어떻게 되살려 갈 것인가 하는데 이 책이 커다란 참고가 된다는 점이다.
(서평연재를 이번 호로 마친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오가와 하루히사(도쿄대 교수·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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