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마오 가족 수난…아버지 피살 어머니 누이 실종

  • 입력 1999년 9월 10일 19시 19분


동티모르의 독립운동가 사나나 구스마오(52)는 석방된 지 이틀만인 9일 아버지가 피살됐다는 비보를 전해들었다. 어머니와 누이, 양아들마저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스마오 가족의 수난사는 동티모르인 모두의 비극을 상징한다. 해외파 독립운동가 호세 라모스 호르타(49)도 진즉 4남매를 민병대의 손에 잃었다.

포르투갈 루사 통신은 이날 오전 딜리 외곽 마을에서 구스마오의 부친 마누엘 프란시스코 구스마오(82)가 독립에 반대하는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에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스마오가 비보를 접한 것은 이날 저녁 무렵. 그는 이날 자카르타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종일 외국 대사들을 만나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아나 고메스 포르투갈대사는 “부친 소식을 들은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며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학살당하고 있는 동족이 불쌍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메스는 “구스마오의 어머니 안토니아 엥리케(70)를 비롯해 누이 양아들 모두 민병대에 끌려 간 뒤 실종됐다”고 전했다.

고메스의 발표가 있은 뒤 인도네시아 보안군이 구스마오가 머물고 있는 영국대사관을 에워싸 긴장감이 고조됐다. 구스마오가족의 비극을 들은 자카르타외교가는 인도네시아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동티모르 사태를 조장해온 인도네시아가 구스마오에게 ‘사태를 진정시켜 달라’며 석방했던 일은 명백한 정치적 ‘쇼’였다고 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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