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구제금융 협상 중단 등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주가는 폭락했고 루피아화(貨) 투매현상이 나타났다. 해외바이어들도 거래량을 줄였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구제금융 등 추가 경제지원이 절실하다. 국제사회는 97년 인도네시아 경제위기 때 4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했으나 일부만 제공했다. IMF도 약속한 123억달러 중 21억달러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2일 “구제금융을 비롯한 경제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인도네시아와의 군사거래 중단에 나서자 영국 등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결국 하비비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화유지군이 인도네시아 군과 협의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 약간의 체면을 살렸다. 이 대목은 앞으로 문제를 남길 소지도 있다.
인도네시아가 평화유지군을 수용했지만 동티모르 문제가 곧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유지군은 독립반대파 민병대의 무장해제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평화유지군은 인도네시아 주둔군과 협력해 민병대 무장해제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평화유지군 규모가 5000∼7000명선으로 민병대보다 적은데다 전범처리 문제까지 거론된 상황이어서 민병대는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주둔군이 전폭 협력할 것이냐도 확실치 않다.
하비비는 ‘주권을 내줬다’는 군부 등 강경세력의 공격을 받아 정치적 위상이 흔들릴 소지가 있다. 동티모르 독립에 반대해온 군부의 태도는 계속 주목될 수밖에 없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