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은 13일 앤드리슨이 임원직을 내놓고 파트타임제 전략담당 자문역을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앤드리슨은 이날짜 월스트리트저널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앤드리슨이 파트타임 자문역을 맡는 것은 사실상 AOL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앤드리슨의 ‘퇴장’은 인터넷 발전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28세인 앤드리슨은 21세때인 92년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세계 최초의 웹브라우저인 ‘모자익’(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전신)을 개발해 일반인도 인터넷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때까지 인터넷은 문자 명령어로만 작동돼 대학과 연구소의 일부 전문가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앤드리슨이 없었다면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앤드리슨은 올해초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 밀려 자신이 설립한 넷스케이프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AOL에 넷스케이프를 매각했다. 그는 AOL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이용해 익스플로러에 맞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술자인 앤드리슨과 서비스와 마케팅 중심의 AOL의 동반관계는 순조롭지 못했다. MS가 익스플로러 개발에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쏟아붓는 동안 AOL은 상대적으로 품질향상에 관심이 적어 앤드리슨을 실망시켰다. 이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의 수세로 이어져 익스플로러가 7대3의 비율로 내비게이터를 압도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앤드리슨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내비게이터의 몰락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고 AOL도 더이상 앤드리슨이 필요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AOL은 앤드리슨의 후임에 전략전문가 윌리엄 라두첼을 임명했다. 이는 MS에 맞서 더이상 품질중심의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