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역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협력’도 병행하기로 선언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둘째, 보호무역주의의 배격과 무역투자자유화의 확대를 통해 역내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이룬다는 데 합의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출범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대목이다. 셋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한 협조를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金대통령 제안 거의 반영▼
그러나 APEC의 위상 및 구속력과 관련해 이러한 성과들을 과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구체화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경제포럼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동티모르 비극에 대해 역내 정상들이 어떤 입장표명도 없었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상회담보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외교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APEC 구속련엔 의문▼
사실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에는 첫 기조발언을 한 김대통령의 연설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김대통령이 회원국 간의 빈부격차해소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국내에서 중산층 서민층을 위한 ‘생산적 복지’를 강조한 것과 맥락이 같다. 또 국제금융체제의 개편논의를 위한 회원국간의 협조를 제의하고 헤지펀드 등 투기성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감시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해 APEC각료회의에서 그 제도적 조치를 모색하도록 유도한 것은 경제위기극복의 경험을 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지난해 APEC에서 투자박람회를 성사시킨 데 이어 올해에도 ‘서울포럼’을 제안해 부속선언문에 포함시킨 것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동티모르사태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관심도를 높인 것도 외교적 역량을 과시한 나름대로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오클랜드〓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