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폐막/무슨 성과 있었나?]

  • 입력 1999년 9월 13일 19시 32분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3일 오후(한국시간) 폐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의 성과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역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협력’도 병행하기로 선언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둘째, 보호무역주의의 배격과 무역투자자유화의 확대를 통해 역내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이룬다는 데 합의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무역기구(WTO) 뉴라운드의 출범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대목이다. 셋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한 협조를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金대통령 제안 거의 반영▼

그러나 APEC의 위상 및 구속력과 관련해 이러한 성과들을 과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구체화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경제포럼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동티모르 비극에 대해 역내 정상들이 어떤 입장표명도 없었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상회담보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외교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APEC 구속련엔 의문▼

사실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에는 첫 기조발언을 한 김대통령의 연설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김대통령이 회원국 간의 빈부격차해소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국내에서 중산층 서민층을 위한 ‘생산적 복지’를 강조한 것과 맥락이 같다. 또 국제금융체제의 개편논의를 위한 회원국간의 협조를 제의하고 헤지펀드 등 투기성 단기자본의 이동에 대한 감시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해 APEC각료회의에서 그 제도적 조치를 모색하도록 유도한 것은 경제위기극복의 경험을 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지난해 APEC에서 투자박람회를 성사시킨 데 이어 올해에도 ‘서울포럼’을 제안해 부속선언문에 포함시킨 것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동티모르사태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관심도를 높인 것도 외교적 역량을 과시한 나름대로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오클랜드〓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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