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 합의이후]미사일 개발중단까진 난제 많아

  • 입력 1999년 9월 14일 19시 07분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타결했다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포기하리라고 낙관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미사일 발사실험을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베를린 북―미합의의 성격은 미사일 발사 실험의 영구중단이 아니라 협상에 연계한 조건부 발사실험 중지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도 전면적인 성격이 아니라 부분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4일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앞으로도 (미국의 적대국인) 시리아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북―미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테러리즘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은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교역, 특정투자와 금융거래 등에 관한 대북제재 해제를 조만간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관리는 이같은 제재가 해제되면 미국과 북한의 친인척간 송금과 대북 상품수출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북―미합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미사일 수출 중단―탄도 미사일 개발포기로 가는 미사일 협상 3단계중 1단계의 중간쯤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북 경제재재를 전면 해제하거나 여기에 대북 식량지원을 얹어야 1단계 협상이 완료되고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실험 영구중단의 약속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미국 의회의 동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벤자민 길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13일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다른 ‘불량국가들’에 대한 미사일 기술이전과 판매중지를 포함한다면 우리의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북 경제제재의 부분적 해제만으로 북한의 미사일 수출포기까지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길먼위원장이 이렇게 말한 것은 추가적인 대북 식량지원이나 경제제재 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종합해 이번 북―미합의를 ‘잠정합의’라고 규정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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