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측근 사회당의원, KGB 첩자였다』파문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92년 미국으로 망명한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요원이 쓴 책 한 권이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 정계 및 언론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문제의 책은 KGB 문서관리 담당관으로 일하다 92년 미국으로 망명한 바실리 미트로킨(77)이 크리스토퍼 앤드루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공동으로 쓴 ‘미트로킨 파일’. 미트로킨이 망명하면서 가져온 수천건의 KGB비밀문서 사본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냉전시절 KGB에 포섭돼 구소련을 위해 일한 서방 첩자들의 활동을 폭로하고 있다.

미트로킨은 책에서 1965년부터 20년 동안 KGB가 프랑스 정계와 언론기관, 정부부처에 집중적으로 침투해 프랑스를 대(對)서방첩보작전의 발판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특히 KGB가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의 측근과 언론계를 대상으로 공작활동을 펼쳤다고 14일 보도했다. 르몽드는 기자출신으로 81년까지 사회당 국회의원을 지낸 미테랑의 측근은 55년 KGB에 포섭돼 질베르란 암호명으로 활동한 첩자였으며 70년 사망한 앙드레 윌만의원도 첩자였다고 보도했다.

이 두 사회당의원들은 66년 프랑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

KGB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 전 대통령에게도 접근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그가 중앙아프리카의 보카사황제로부터 다이아몬드를 받았다는 스캔들을 터뜨린 뒤 이를 미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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