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가 주관하는 ‘샹젤리제 2000 조각전시회’가 15일 시작돼 11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샹젤리제 중간 로터리에서 콩코르드광장에 이르는 보도에 현재 활동 중인 세계적 조각가 52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백남준(白南準) 로렌스 와이너(미국) 앤서니 크랙(영국) 에릭 디에트먼(스웨덴) 브라코 디미트리예비치(보스니아) 등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재불(在佛)설치미술가 서준영(徐晙映·34)씨의 작품이 초대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서씨는 높이 5.2m 길이 3.2m의 철구조물 가운데 철선을 매어놓고 그 위에 갈기가 덮인 동물 형상을 세운 작품을 출품했다. 동물 형상의 표면은 갖가지 TV화면을 담은 1만여개의 슬라이드필름으로 만들어졌다. 바닥에는 반투명 합성수지로 만든 동물 형상과 커다란 파리가 설치됐다. 작품명은 ‘변이(變異)’.
서씨는 “바닥에 놓인 죽은 동물과 공중에 있는 환생한 동물, 그리고 그 둘을 매개하는 파리를 통해 현대인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관계의 단절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여의 시간과 10만프랑을 들인 작품에 건축적 이미지와 사진적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91년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한 서씨는 94년 프랑스로 건너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