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베를린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페리구상에 응해 미사일 발사실험을 잠정 중단키로 합의, 포괄적 협상에 응할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자신감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북문제는 클린턴 행정부에는 외교치적의 하나로 거론되는 반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로부터는 외교실패 사례로 공격을 받기도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가 북한 핵프로그램을 동결시키기는 했으나 미사일 개발문제를 제외시킴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의원들로부터도 존경받는 페리 전 국방장관을 핵동결 합의를 방어하는 의회 방탄용으로 내세우는 한편 미사일 문제 해결사로 기용, 대북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접근을 시도해왔다.
페리구상의 핵심은 핵과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위협을 제거하고 이를 위해 북한측에 관계정상화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것.
그리고 대북 정책수립과 집행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북 관계개선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북한측에 미국의 관계정상화 의지를 확신시키는 한편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페리구상을 미 의회가 수용한다면 북―미간의 미사일과 관계정상화 협상은 전례없는 급류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대북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한 인센티브는 행정부의 재량권에 속하는 사항이었지만 본격협상을 위해서는 미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국교를 수립하는 것은 행정부 전결사항이지만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가입 허용 등 대북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를 위해서는 미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