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제재 해제 임박]美 항공기-선박 北운항 허용할듯

  • 입력 1999년 9월 16일 19시 22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는 종류도 많고 관련법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건부 중단 합의를 이끌어낸 베를린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 등 관련부처 합동회의가 여러 차례 열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컨대 북―미 관계정상화의 궁극적 귀결인 국교수립에 대해서는 뜻밖에 아무런 제약도 없다. 행정부는 헌법이 부여한 외교대권에 따라 의회의 승인 없이 언제든지 북한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회원국이지만 유엔대표부 북한관리들은 미 국무장관의 허가 없이 유엔본부에서 40㎞ 밖을 벗어날 수 없다. 매우 사소해 보이지만 이 제재는 베를린 북―미합의에도 불구하고 해제되지 않는다.

미국이 이번에 해제를 약속할 대북 제재는 상당한 폭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크게 보아 북한에 대한 투자 수출 송금, 미국 국적 항공기와 선박의 북한 내 입항이 허용된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적성국 명단에서 제외되리라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 미국은 개별법에서 제재대상 국가를 지정하고 있을 뿐 적성국 명단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테러지원국 같은 명단은 있다. 북한은 88년 이 명단에 오른 이후 명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이번 베를린 회담에서도 수용되지 않았다.

미국이 앞으로도 대북 협상카드로 유지할 대북 제재조치는 △자산동결 △원조금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 가입 저지 △정상무역관계(NTR) 금지 △일반관세(GSP) 부여 △수출입은행 보증 금지 등이다.

이번의 제재해제가 상징적 조치라면 향후 협상진전에 따라 취해질 수 있는 제재해제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득을 보장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예컨대 앞으로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게 된다면 세계 최빈국으로서 상당한 개발차관을 얻어낼 수 있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미국의 해외원조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하는 등 관계개선에 상응하는 조치를 거부하면 모든 제재가 다시 부과될 수도 있다. 대북 제재해제는 북한에 대한 선물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북한이 제재해제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대미 수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반환경을 국제기준에 맞춰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제재해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는 유인책도 되는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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