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접근은 정책 입안단계에서 집행단계로 옮겨가게 됐다.
대북협상에서 핵 미사일은 절대적 중요성을 갖겠지만 마약 생화학무기 납북자 기본합의서 등은 논란과 수정의 여지가 있다.
또 북―미, 북―일, 남북관계가 개별사안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협상에 상당한 곡절이 있을 수 있으나 대결이냐, 협상이냐의 국면에서 볼 때 북한은 협상의 틀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엔 공개안된 부분이 있으므로 보고서에 미흡한 점이 있는지를 말하기 어렵다. 아마 미국이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지가 여기에 포함됐을 것 같다.
북한은 2002년 김정일(金正日)의 환갑 때는 강성대국 완성이나, 그를 위한 결정적인 토대 마련을 선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자면 대외관계를 협력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이를 단기적 전술적 변화로 추구할 것인지 장기적 전략적 변화로 추구할 것인지다. 한반도문제는 이제 경제 위주의 기능적 접근과 정책적 결단을 병행할 시점이고 우리도 이에 맞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北술책에 말려든 느낌…장래 걱정
핵과 미사일 문제 등에 있어 북한의 대미전략에 미국이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가와 테러정권으로 분류했었다. 그러면 북한이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 문제는 놔두고 미사일을 놓고 북한이 벌인 교묘한 술책에 미국이 놀아나고 말았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금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정상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지 않고 오히려 미사일과 핵무기로 위협하고 흥정하는데 동조하는 것은 북을 정상적 국가로 복귀시키는데 도움이 안된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선(先) 포기, 후(後)제재완화’라는 ‘선후’가 분명해야 한다. 적어도 세계평화유지를 위해 필요한 명분있는 조치들은 단호하고도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그 가이드라인에 의거, 대북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북한은 개방 개혁 민주화를 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로 복귀할 수가 없다. 만일 북한이 강성국가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미국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박관용 한나라당의원>
★남북관계 악화 가능성도 대비를
지금까지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왔는데 이는 문제가 있었다. 큰 구도를 가지고 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접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고위급 인사들이 계속 한반도 문제를 지켜보고 이를 양측의 최고위층에 직보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이번 ‘페리구상’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94년 미국과 북한 양측은 수교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했었다. 그것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켜지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진짜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하고 서방과의 관계개선으로 나올 것인지 테스트할 때가 왔다고 본다.
그러나 ‘페리구상’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시각과 이익을 반영하는 보고서다. 정부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남북관계가 저절로 풀릴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개선돼도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많다. 북한은 결코 ‘하나의 조선’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 북―미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북―미 관계가 개선돼도 남북관계에 해빙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의 모멘텀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로 어떻게 이끌고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백진현 서울대교수·국제지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