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초강세]美 "失보다는 得" 여유

  • 입력 1999년 9월 16일 19시 22분


미국은 엔화 강세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까.

일본정부가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에 협조개입을 요청해도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적 조건)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인위적인 시장개입에는 반대한다”고 되풀이해 말하고 있다.

★"시장개입 반대" 되풀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인자인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최근 “달러 약세는 미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 엔화 강세를 상당기간 용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이처럼 엔화 강세에 여유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6일 엔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만 아니라 미 정부가 오히려 엔화 강세를 반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서만 크게 떨어졌을뿐 유로화 마르크화 파운드화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크게 약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FRB에 따르면 엔화 이외의 통화에 대해 달러화는 최근 몇개월간 2%가량 평가절하됐을 뿐이다.

미국이 엔화 강세를 반기는 것은 △경상수지적자 축소 △경기과열 진정 등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빌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경상수지적자 확대에 불만을 품고 있는 미국 재계를 달래기 위해 달러 약세―엔화 강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에 대한 최대 무역흑자국이기 때문.

프린스턴대 앨런 블라인더 교수(전 FRB부의장)는 “투자가들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화를 매각함으로써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상수지 적자 해소 도움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 행정부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급속한 엔화 강세는 바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MIT대 루디거 돈부시 교수는 “달러당 100엔선이 붕괴될 경우 미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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