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폭력행위의 희생자를 위한 법안’이라는 타이틀의 법안은 테러 납치 등 각종 범죄과정에서 태아에게 해를 입힌 범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14일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으며 다음달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
논란의 핵심은 ‘임신한 여성은 2명으로 봐야 한다’며 태아를 모체와 별도의 생명체로 간주한 법안의 기본입장.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지는 “법안이 73년 로이 대(對) 웨이드사건에서 낙태를 폭넓게 인정했던 대법원의 판결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 초기 3개월간 제한없는 낙태를 인정하고 6개월까지는 임신부의 건강을 고려해 제한적 낙태를 인정한 것으로 낙태논쟁에 불을 지폈다.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의 린제이 그레이엄의원은 15일 “법안은 의료과정(낙태)에서의 태아 희생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낙태를 지지해 온 민주당과 여성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여성 단체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같은 법안”이라고 비난했으며 민주당도 “태아를 법적 대상으로 인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낙태 자유를 규제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95년 발생한 오클라호마주 연방청사 폭발사건 때문에 법안을 마련했다. 당시 당국은 희생자를 168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유족은 3명의 임신부가 포함된 점을 들어 171명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나 낙태찬성 유권자를 의식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