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해빙무드/페리 일문일답]"94년 전쟁 일보직전"

  • 입력 1999년 9월 18일 17시 57분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72)은 17일 기자회견에서 94년 북한핵 위기 당시의 일화를 먼저 꺼냈다.

“하루 안에 그들(북한)이 전쟁으로 간주한다던 심각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한국에 병력을 증파하고 미국 시민들을 소개(疏開)하려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야말로 군사충돌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제네바 핵합의로 위기를 넘겼고 북한이 십수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못하게 봉쇄할 수 있었다.”

재앙을 빚을 대결정책보다는 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페리는 “내가 5월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도 북―미관계 정상화에 큰 관심을 표시했다”며 “한반도 상공에 감돌던 전쟁재발의 먹구름이 이제 걷히기 시작했다”고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은 북한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의 대비책에 집중됐다.

―북한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한반도 안보태세를 강화할 대안은 있는가.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해 그것을 설명했는가.

“북한도 우리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의식하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를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보상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체결하고 있는 정상적 관계로 향해 가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그 길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향후 대북협상에도 관여할 것인가.

“필요하고 유용하다면 언제든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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