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구성한 ‘전자상거래 자문위원회’는 15일 뉴욕에서 처음으로 세금부과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버지니아 워싱턴 유타주의 주지사와 미 연방정부 대표, AT&T를 비롯한 업계 대표 등 1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내년 4월21일까지 ‘전자상거래 과세정책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 10월 미 의회는 2001년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전자상거래에 대해 비과세 특혜를 부여했다.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길모어(버지니아주 주지사)와 통신업계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비과세를 주장했다. 이제 막 싹이 트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전자상거래가 크게 위축될 뿐만 아니라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매년 300%씩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에 과세하지 않을 경우 정부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세금을 내고 있는 기존 업체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전자상거래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상거래 시작 초기만해도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세금을 거두자는 주장이 없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090억달러(약 130조원)로 추정된다.
그러나 세금부과가 결정돼도 징수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상법은 유통업체가 소재하고 있는 곳에 세금을 납부토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미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바하마제도 등 ‘택스헤븐(세금이 없는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겼다.
또 소비자가 업체를 방문하지 않는 전자상거래의 ‘익명성’과 광속도로 체결되는 ‘즉시성’ 때문에 과세근거를 확보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가 체결되는 즉시 자동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을 경우 세금을 거두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세금에 버금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