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당국자들도 ‘페리 프로세스’가 한미일 3국 공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정한다. 큰 틀에서는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대북접근의 속도와 방법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이것 또한 3국 공조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발사 이후 한미 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한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분담금 지급을 동결한 것도 자국내 사정 때문이었다.
일본의 사정은 두가지다. 북한 미사일발사에 대한 경계심이 한국이나 미국보다 크고 일본인 납북문제가 최대 현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대북지원을 재개하면 국내여론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일본의 대북접근은 △북한이 미사일 재발사 동결을 약속하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일본인 납북문제가 해결되면 식량지원을 재개하며 △그 이후에 본격적인 국교정상화교섭에 나선다는 3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과 북―미가 예상보다 급속히 접근하면 일본의 대북정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19일자 일본신문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제는 북한이 성의를 보여야 할 때”라며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은 미사일발사중지를 확약해야 한다. 더 많은 제재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는 스스로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치인 사이에는 일―조(북―일)국교정상화를 납치된 일본인의 구출보다 우선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일본 국민의 생명을 무시하거나 희생시키는 외교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여론이 일본정부의 대북정책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은 물론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