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변호사들에 대해 공유하는 편견이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모든 변호사들은 소송을 부추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호사가 존재하는 곳에는 어디서나 그런 변호사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칙에 충실한 모든 변호사들은 소송은 최종 수단이 돼야 한다고 알고 있으며 그렇게 실천한다.
급격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겪은 한국 사회에서도 변호사나 법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법률을 제정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의 도로교통 법규는 기본적으로 유효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한국은 포르투갈 남아프리카와 함께 세계 최악의 교통사고 기록을 갖고 있다. 법을 적절하게 집행함으로써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주 만에 현격하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소송을 걸고, 동양에서는 화해를 한다’는 말이 있다. 서양이 한국보다 소송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서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법률전문 분야는 ‘선택적 분쟁해결’ 분야다. 이와달리 한국에서는 법관들이 계속 늘어나는 사건에 파묻히고 있어 대조적이다. 계약서도 점점 길어지고 점점 더 ‘서구화’하고 있다.
한국법상 외국변호사가 한국서 일하려면 서면으로 된 고용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나는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엔 별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거의 8년이나 같은 로펌에서 일했기 때문에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됐고 그런 신뢰관계는 계약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신뢰 관계야말도 앞으로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한국 문화의 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법대에 진학할 당시와 졸업할 시점의 한국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보이게 할 만큼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변화의 물결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다.
한국은 법률 이외의 원칙이나 관행이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하는 쟁점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명석한 변호사들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또 외국 법률개념의 도입과 한국 관행간 형평을 찾고 이를 한국사회에 응용하는 것도 앞으로 법조계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최근 ‘법률시장 개방’에 관해 가장 많은 질의를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 로펌들은 바로 그들의 의뢰인이 겪었던 국제 관행과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고 나쁜 것만도 아니다. 개방이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불가피한 것이다. 당신이 동틀녘을 좋아하든지 아니든지 무관하다. 문제는 날씨가 어떨지, 그래서 우산을 장만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법률회사 변호사 판검사 또는 법대 학생까지도 이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
마이클 헤이(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약력▼△83년 영국 에딘버러대 로스쿨 졸업 △88년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졸업 △스코틀랜드 및 미국 뉴욕주 변호사 △88∼91년 뉴욕의 ‘시워드 앤 키셀’로펌 근무 △91년∼현재 태평양 법무법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