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W)’는 최근 ‘1950∼2000 영화의 100대 명장면’을 선정했다. 영국 영화연구소(BFI)도 10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거쳐 ‘20세기 최고의 영국 영화 100편’을 뽑았다.
이같은 조사 결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영국인이 최고로 치는 감독은 데이비드 린(1908∼1991), 미국과 영국 모두가 경배하는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코크(1899∼1980)로 나타났다.
우선 EW의 ‘100대 명장면’에서 1위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72년)에 나오는 장면들. 돈 콜레오네 가족의 결혼식, 말의 머리를 이용한 협박, 큰아들 소니가 고속도로 톨부스에서 살해되는 장면….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려울만큼 ‘대부’는 명장면들만을 모아놓은 ‘개론서’같은 영화라는 것이 1위 선정의 이유다.
▼명배우는 말론 브란도
2위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사이코’(60년)에서 여주인공 쟈넷 리가 샤워 도중 살해되는 장면. 촬영술, 편집 기법, 음향만으로 소름끼치는 효과를 만들어낸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자주 연구대상에 올랐다. 3위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51년)에서 스탠리 역을 맡아 거칠고섹시하며강렬한이미지를 선보인 말론 브란도의 연기. 말론 브란도는 1위 ‘대부’의 주연일뿐아니라13위의‘워터프론트’에서도 주연이어서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명배우’임을 과시했다.
이밖에 ‘7년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몬로의 치마가 바람에 날려 올라가는 장면(10위), ‘벤허’의 전차경주 장면(49위)등이 포함됐다. 90년대에 제작된 영화 중 10위안에 든 영화는 ‘펄프 픽션’(94년) 한 편 뿐. 명장면 선정과 함께 EW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감독’1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꼽혔다.
▼최고감독엔 스필버그
한편 BFI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국 영화 100편’에서 1위는 오손 웰즈(1916∼1985)가 주연한 ‘제3의 사나이’가 선정됐다. 2위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브리프 인카운터’, 3위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39계단’. 히치코크의 영화들은 미국과 영국의 조사 모두에서 3위안에 들었다.
특히 ‘콰이강의 다리’ ‘위대한 유산’ 등 데이비드 린의 영화는 10위 안에 세 편이나 올라 있어 영국 영화에서의 그의 위치를 실감케 했다.
98년 이후 제작된 최근 영화 가운데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49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