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면모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껴진 것은 대가연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 인물이 평생을 바쳐 세간의 인정과 권위를 얻게 되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신비스러운 인상마저 풍기려 하기 쉬운데 반해 그라스는 세미나 기간 내내 평범한 민초와 같은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소탈함이나 권위의 개념 자체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몸에 밴 민주성이라고나 할까.
평소에 그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필자는 그의 인격까지 진심으로 존경하는 행복한 팬이 될 수 있었다. 그에게 한국 방문의사를 물어본 결과 2000년에나 가능하겠다는 답을 얻었으나 최근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지게 된 점이 안타깝다.
안삼환<서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