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미 마사루(速水優·74)일은총재는 “환율안정만을 위해 통화정책을 수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이 목적과 정책효과를 설명할 수 없는 금융완화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 후에도 미일정부와 대립했다. 그는 회의 직후 “일본은행은 금융시장에 탄력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환율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이 국제금융계에 통화정책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바로 “일은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아무리 내가 임명한 총재가 아니지만…”이라며 화를 냈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은 “통화정책불변방침은 개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본말이 바뀌었다는 뜻)”이라며 비판했다. 하야미총재는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외부입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하야미총재의 ‘버티기’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고집으로 엔화초강세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그는 중도퇴진한 마쓰시타 야스오(松下康雄)총재에 이어 지난해 3월 총재에 취임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당시 총리는 대장성과 일은이 금융기관과 유착해온 사실 때문에 비판이 끊이지 않자 종합상사인 닛쇼이와이(日商岩井)전회장이었던 하야미를 발탁했다.
하야미총재는 47년 입사 이후 81년 국제담당이사로 퇴직시까지 34년간 중앙은행에서 일해왔다. 이어 닛쇼이와이 전무로 옮겨 사장과 회장을 지냈다. 민간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중앙은행 출신 첫 종합상사 사장’ ‘닛쇼이와이 사상 최연소 사장’ 등 기록을 갖고 있다.〈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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