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은 5일 전국에 계엄령과 국민동원령을 발동하고 이슬람 지도자들에 대해 ‘성전(聖戰)’을 선포하도록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체첸국경을 넘은 러시아군은 이날 현재 체첸 영토의 3분의 1 가량을 점령했다. 러시아군은 탱크 헬기 야포의 지원을 받으며 체첸 북부의 체르블레나야 첼코프스카야 나우르스카야 등 주요도시를 점령한 데 이어 수도 그로즈니를 압박하고 있다.
체첸측은 5일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여 테레크강 북쪽 4개 마을을 탈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40여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체첸 공습에 나선 SU25 전폭기 등 러시아 전폭기 2대가 4일 체첸군이 쏜 미사일에 격추됐다.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은 4일 국제사회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총리는 이날 “체첸은 과거나 지금이나 러시아의 영토”라면서 러시아연방 내부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체첸은 러시아연방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하다 94년부터 2년간 러시아와 전쟁을 치렀다. 96년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 대통령에 당선된 마스하도프는 이후 독립국가를 자처해왔다.
이때문에 러시아가 체첸국경을 넘어 진입할 당시부터 군사행동 목적이 반군소탕보다는 ‘체첸 길들이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은 5일 러시아의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주도한 다게스탄 침공은 체첸정부의 뜻이 아니었다”며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이를 즉각 거절했다.
체첸 인근 인구 30여만명의 잉구셰티야 공화국 루슬란 아우셰프대통령은 4일 “체첸인 11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권기태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