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개혁엔 '소리'가 없네…재계는 제안 정부는 입법

  • 입력 1999년 10월 8일 19시 29분


일본의 ‘소리 없는’ 구조개혁이 재계의 부러움을 샀다.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韓日) 연례 재계회의에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은 일 경단련(經團連)측 대표단의 일본구조개혁 설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회의에 참석했던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8일 “IMF 구제금융을 받은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민관(民官)이 협력, 차근차근 끈기 있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는 합의문을 작성했던 지난해 연례회의와 달리 각자 의견을 격의 없이 교환하는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것이 특징.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과 이마이 다카시(今井敬)경단련회장의 기조연설이 끝난 뒤엔 주로 한국측 참석자들의 질의에 일측 참석자들이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회의 내내 한국측 참석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부분은 일 정재계 수뇌부 17명이 한데 모여 구조조정 문제를 숙의하는 ‘산업경쟁력회의’.

이마이 회장은 “경단련이 정부 부처에 제안하면 각료들이 즉각 해당 부처에 돌아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8월 입법)과 ‘회사재건형 도산법’(11월 입법 예정)을 예로 들었다.

대형은행들의 합병 이후 고객별로 회사를 분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회사분할법’도 내년 국회에 반영된다는 것.

일본의 정재계회의는 당초 △과잉설비 처리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일본에 정착시키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제는 정보화 고령화 환경기술 등 장기적 과제도 논의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마이 회장은 한국 참석자들이 민관협력체제에 대해 부러움을 표시하자 “어디까지나 변화의 주체는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일 양국 모두에 취약점인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문답도 많았다.

모리카와 도시오(森川敏雄)스미토모은행 회장은 ‘일본의 금융개혁을 설명해달라’는 김각중(金珏中)경방회장의 질의에 대해 “은행 파탄에 앞서 금융재생법 금융기능조기건전화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측의 한 참석자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있어 ‘임기응변’이 강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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